수능날 항공기 이착륙이 멈추는 이유: 수능 스트레스의 절반은 9월에 있다

수능일에는 전국 시험장 200m 앞부터 차량이 통제되고, 관공서와 기업체는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항공기와 헬기의 이착륙이 조정되고 군사훈련이 멈춘다. 이 조치들이 답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 시험이 연 1회라는 사실이 아니라, **성적을 모르는 9월에 수시 지원 대학을 이미 확정해 둬야 한다**는 구조다. "한국은 한 번뿐이라 힘들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다.

요약
  • 2026학년도 수능(2025년 11월 13일 시행) 지원자는 55만 4,174명이었다. 시험장 200m 전방 차량 통제, 관공서·기업 출근시간 오전 10시 이후 조정, 영어 듣기평가 시간 항공기·헬기 이착륙 조정과 군사훈련 중단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다.
  • 대학 모집인원의 80.3%가 수시인데도 수능이 지배적인 이유는, 수시 다수 전형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이 걸려 있고 지원은 성적을 모르는 9월에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국 SAT는 연 8회, ACT는 연 7회 응시할 수 있고 응시 횟수 상한이 없다. 그런데 대학의 4.9%만 시험 점수를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한다(고교 내신은 76.8%). 최근에는 MIT·하버드·예일 등 최상위권에서 시험 요구가 되돌아오고 있다.
  • 일본 공통테스트도 사실상 연 1회지만, 2025년도 대학 입학자의 53.6%는 이 시험을 거치지 않는 총합형·학교추천형 경로로 입학했다.
목차
같은 고민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넘기는지 보세요

정말 '연 1회 단판'인가

2026학년도 수능은 11월 13일 하루만 시행되고 성적은 12월 5일에 통지된다. 6월과 9월에 치르는 것은 평가원 모의평가일 뿐 본시험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통념 그대로다.

그런데 2027학년도 대입 모집인원 34만 5,717명 중 수시가 80.3%(27만 7,583명), 정시가 19.7%(6만 8,134명)다. 수시 비율이 처음으로 80%를 넘었다. 이 숫자만 보면 "수능은 5명 중 1명만 보는 시험"이라고 읽힐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수능이 입시 전체를 지배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수시 전형 다수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이 걸려 있고, 수시 지원 대학은 수능 성적을 알기도 전인 9월에 이미 확정해야 한다. 즉 한국의 스트레스원은 "한 번뿐"이 아니라 "한 번뿐인데다, 그 난이도를 알기 전에 이미 선택을 끝내야 한다"는 이중 구조다.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터지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11%로, 전년 6.22%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절대평가 전환(2018학년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난이도가 예상과 어긋나자 정시가 아니라 수시 지원자들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채우지 못해 무더기로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문항 오류가 아니라 난이도 조절 실패로 평가원장이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 번뿐이라 위험하다"는 말을 추상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사건 하나가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가

시험이 어려운 게 아니다. 하나의 시험이 짊어지도록 설계된 무게가 나라마다 다르다.

항목한국미국일본
전국 단일 입시 시험수능, 연 1회없음대학입학공통테스트, 연 1회
재응시다음 해에 다시 응시SAT 연 8회 / ACT 연 7회, 상한 없음追試験은 질병·사고 등 인정된 사유자만
그 시험을 거치지 않는 경로수시 80.3%(다수는 수능최저 적용)test-optional·test-free 2,085곳 이상총합형·학교추천형 입학자 53.6%
입학 사정에서 시험 점수 비중정시 19.7% + 수시 최저학력기준대학의 4.9%만 "상당히 중요"(내신 76.8%)대학별로 다름(확인 필요)
시험일 국가 조치항공기 이착륙 조정, 군사훈련 중단, 출근 10시 조정, 차량 통제없음(전국 단일 시험일이 없어 성립하지 않음)확보한 자료 없음

표: 세 나라의 대학 입시 구조 비교. 세 나라의 시험 점수 비중은 측정 방식이 서로 달라 숫자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한국: 성적을 모르고 선택을 끝내는 나라

KR

2026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5만 4,174명, 전년보다 3만 1,504명 늘었다. 시험장 200m 전방부터 차량이 통제되고, 관공서와 기업체에는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협조 요청이 나가며, 수험생이 등교하는 오전 6시~8시 10분 사이에는 수도권 지하철이 증편된다.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 시간에는 항공기와 헬기의 이착륙이 조정되고 포 사격 등 군사훈련이 중단된다. 한국거래소도 이날 증시 개장을 1시간 늦춘다.

이 조치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앞서 말한 9월의 결정이다. 정작 대입 제도 자체는 수시 위주로 이미 바뀌어 있는데(80.3%), 그 수시 다수가 수능 성적표를 손에 쥐기도 전에 확정해야 하는 지원이라는 점이 이 시험의 무게를 유지시킨다.

이 무게가 걸리는 배경도 있다. 한국의 청년층(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5년 만에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20조 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학원 심야교습을 조례로 제한하고,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이 제한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미국: 시험이 돌아오고 있는 나라

US

미국 독자에게 "여러 번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체감과 어긋난다. SAT는 연 8회, ACT는 연 7회 시행되고 응시 횟수 상한이 명시되지 않는다.

복수 응시를 뒷받침하는 장치도 따로 있다. Score Choice는 어느 시험일의 성적을 대학에 보낼지 학생이 고르게 하는 제도다. 슈퍼스코어를 쓰는 대학은 서로 다른 시험일의 섹션별 최고점을 조합해 본다. 다만 일부 대학과 장학 프로그램은 전 성적 제출을 요구하므로, 여러 번 보고 좋은 것만 보내는 전략이 모든 지원처에서 같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대학 입학사정관 조사(2023년 가을, 185곳)에서 입학시험 점수를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한 대학은 4.9%뿐이었다. 고교 성적(74.1%)과 대학 준비 과목의 성적(76.8%)이 압도적으로 중요했다. 팬데믹 이후 test-optional·test-free 정책이 확산된 결과로, 2018년에는 46%의 대학이 시험 점수를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했었다.

이 4.9%가 "미국에서는 시험이 안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에 응한 185곳의 분포가 선발성이 낮은 대학 쪽으로 기울어 있고, 최상위권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진행 중이다. MIT는 2022년에, 다트머스와 브라운과 하버드는 2024년에, 펜실베이니아대는 2025-2026 입학 사이클부터 시험 점수 요구를 되살렸다. 예일은 2024년 시험 선택제를 도입했다가 2026년 5월 다시 필수로 전환했는데, 학장은 "SAT와 ACT 점수는 학생의 향후 예일 학업 성취를 강하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의 스트레스는 시험 하나가 아니라 시험 외의 모든 것, 즉 내신·교육과정 강도·에세이·활동에 분산돼 있다. 그런데 최근 최상위권에서 시험이 되돌아오면서, 분산된 부담 위에 시험이 다시 얹히는 국면이 되고 있다.

일본: 시험을 거치지 않는 절반

JP

일본의 대학입학공통테스트도 사실상 연 1회다. 재응시(追試験)는 질병이나 사고 같은 인정된 사유가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구조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그다음이 다르다. 국공립대는 공통테스트를 "제1차 시험"으로 두고, 그 뒤에 개별 학력검사를 前期日程과 後期日程으로 나눠 시행한다. 지원자는 두 일정에서 각각 한 곳, 최대 두 곳까지 응시할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2025년도 대학 입학자 중 총합형선발(19.5%)과 학교추천형선발(34.1%)을 합친 53.6%는 이 공통테스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입학했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그 문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 파트의 핵심은 이것이다. 일본도 시험은 연 1회지만, 그 시험이 지고 있는 무게가 한국과 다르다. 시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처음부터 그 길로 가지 않는 학생이 절반을 넘는다.

시험 스트레스와 마음 건강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중·고등학생 5만 4,170명 참여)에서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남학생 32.9%, 여학생 50.3%였다. 이 조사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학업으로 특정하지 않는다. "학업 스트레스가 이만큼"이라고 옮겨 쓰는 것은 조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2024년 한국의 사망원인통계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고,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어느 자료도 입시 제도와 자살 사이의 인과를 입증하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이런 통계가 있다는 것까지가 근거가 허용하는 범위다.

미국에서는 퓨리서치센터의 2025년 3월 조사에서 13~17세의 68%가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여학생 71%, 남학생 65%). 일본에서는 2024년 초·중·고생 자살자 수가 500명대로 통계 작성 이래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세 나라의 수치는 조사 방식과 기준이 전혀 달라 나란히 순위를 매길 수 없고, 이 글도 그렇게 다루지 않는다. 부담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두는 관점은 일터 쪽에서도 같다. 소진을 개인의 습관이 아니라 어디의 문제로 보는지는 번아웃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에 정리했다.

시험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학교 상담교사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Wee센터 같은 전문 상담 기관과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

자주 묻는 질문

자주 묻는 질문

수능날 왜 비행기가 멈추나요?

전면 금지는 아니다.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 시간에 항공기와 헬기의 이착륙을 조정하고, 군사훈련도 이 시간에 중단한다. 시험장 주변 차량 통제, 관공서·기업 출근시간 조정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들이다.

수능은 정말 한 번뿐인가요?

그해에는 한 번뿐이다. 다만 대입 전체로 보면 수시가 80.3%를 차지하고, 그중 다수가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수능과 연결돼 있다. "한 번뿐"이라는 말이 입시 전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미국 SAT는 몇 번 볼 수 있나요?

연 8회이고 ACT는 연 7회다. 응시 횟수 제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대학의 4.9%만 시험 점수를 상당히 중요하게 본다는 조사가 있고, 최근 최상위권 대학들은 시험 요구를 다시 강화하는 중이다.

일본 공통테스트도 한 번뿐인가요?

사실상 그렇다. 다만 2025년도 대학 입학자의 53.6%는 이 시험을 거치지 않는 총합형·학교추천형 경로로 입학했다. 시험 이후 국공립대 개별시험(前期·後期)이 이어진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시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하나요?

학교 상담교사, 청소년상담복지센터(1388), Wee센터 같은 전문 상담 기관이 있다. 혼자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출처
  1.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2026학년도 수능 시험장 통제·출근시간 조정 관련 보도자료(2025.10.21) 및 채점 결과 발표(2025.12.4)
  2. 교육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
  3.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7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매체 인용)
  4. 국민일보(2025.12.10), 서울신문(2025.12.11). 수능 영어 1등급 급감과 평가원장 사의 관련 보도
  5. 질병관리청.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주요결과(2025.12.4 배포)
  6. 통계청. 2024년 사망원인통계(2025.9.25)
  7. NACAC. Factors in the Admission Decision(2023년 가을 조사)
  8. FairTest. ACT/SAT Optional List
  9. College Board. SAT Dates and Deadlines / ACT. National Test Dates
  10. MIT News, Dartmouth·Brown·Harvard·Penn·Yale 각 대학 공식 발표(2022~2026)
  11. Pew Research Center. Pressures teens are facing(2025.3)
  12. 独立行政法人 大学入試センター. 令和8年度試験 실시 정보
  13. 文部科学省. 令和7年度国公私立大学・短期大学入学者選抜実施状況の概要(2025.11.26)
  14. 国立大学協会. 国立大学の入試(分離分割方式)
  15. 文部科学省. 児童生徒の自殺者数 관련 통지(令和7年2月)
b-side 편집팀

보건기관·학회·전문의 단체 자료를 먼저 보고, 나라별 관행은 관행으로만 적습니다. 상업 판매 페이지는 출처로 쓰지 않습니다.

의료 면책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는다. 통계는 인과를 입증하지 않으며, 특정 학원·교육 상품을 권하지 않는다. 시험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학교 상담교사나 전문 상담 기관과 이야기하기를 권한다. 의료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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