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거절해도 될까: 술 없는 점심이 1위가 된 나라에서 다시 묻는다

직장 술자리는 만국 공통이지만, 거절할 수 있는지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에서는 거절보다 형태가 먼저 바뀌는 중이다. 2022년 설문에서 직장인 78%가 코로나 이후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답했고, 그 변화에 94.5%가 만족했으며, 유지되길 바라는 회식 1위는 술 없는 점심이었다. 미국에서는 문화가 아니라 배상책임이 술을 줄인다.

요약
  • 한국의 변화는 폐지가 아니라 개편이다. 시간 단축, 1차 마무리, 소규모 인원이 좋아진 점으로 꼽혔고, 선호 1위는 음주 없는 점심 회식이었다.
  • 동아시아 3국에는 회식, 노미니케이션, 간베이라는 고유 명칭이 있다. 이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관행이 제도화되어 있다는 신호다.
  • 미국 기업의 64.4%가 2023년 대면 홀리데이 파티를 열었지만 주류 제공은 57%로 전년보다 줄었다. 배경은 문화가 아니라 주최자 배상책임이다.
  • 체질과 의향을 무시한 음주 강요는 한국에서 직장 문제로 조사·집계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알코올 하라스먼트라는 이름으로 다뤄진다.
목차
같은 고민을 세계 사람들은 어떻게 넘기는지 보세요

왜 어떤 나라에서는 거절이 어렵나

직장 음주 모임 자체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갈리는 것은 두 축이다. 참석이 사실상 의무인가, 그리고 술이 그 자리의 중심인가.

이 두 축을 가늠하는 간단한 지표가 있다. 이름의 존재다. 한국의 회식, 일본의 노미니케이션, 중국의 간베이. 동아시아 3국에는 직장 술자리를 가리키는 고유 명칭이 각각 있다. 어떤 관행에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에 가깝게 굳어 있다는 신호다. 이름이 있는 나라에서 가위눌림이 더 많이 보고되는 이유와 같은 논리다. 이름이 있으면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있으면 거절에 비용이 붙는다.

그 이름들의 나라에서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이 글의 내용이다.

나라별 회식 문화 비교

국가술자리를 부르는 이름과 형태그 나라에서 실제로 쓰는 대안 형태·장치거절 가능성과 견제 장치근거 수준
한국회식음주 없는 점심 회식(선호 1위), 1차 마무리, 시간 단축, 소규모 인원형태 개편이 진행 중. 음주 강요는 직장 문제로 조사·집계관행(설문)
일본노미니케이션, 망년회자료 미확보강권에 알코올 하라스먼트라는 이름이 붙음통념·관행
중국간베이 연회자료 미확보자료 미확보통념(2차 자료)
미국홀리데이 파티근무시간 중 개최(58%), 드링크 티켓으로 1인 잔 수 상한, 무제한 오픈바 회피배상책임이 음주를 관리관행(조사·실무)

표: 나라별 직장 술자리 문화 비교. 실제로 쓰이는 대안 형태와 거절 가능성이 가장 크게 갈리는 축이다.

한국: 사라진 게 아니라 바뀌었다

KR

한국의 회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가 바뀌었다. 인크루트가 2022년 직장인 1,013명에게 물었을 때 78%가 코로나 이후 회사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답했고, 그 변화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94.5%였다. 좋아진 점으로는 시간 단축, 1차 마무리, 소규모 인원이 꼽혔다. 그리고 유지되길 바라는 회식 형태 1위는 음주 없는 점심이었다.

94.5%라는 만족도는 곱씹을 만한 숫자다. 만족은 대개 갈리는 감정인데, 이 변화에는 거의 갈리지 않았다. 회식이 필요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저녁과 술과 강제성이 필요 없었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인식은 오래 유지되어 왔고 세대 갈등의 대표 소재가 됐다. 그 인식의 어두운 끝, 그러니까 술자리의 강요가 어떤 모습인지는 별도 조사가 있다. 회식에서 음주를 강요받은 직장인이 넷 중 한 명이고 강요받았을 때 실제로 거부한 사람은 27.1%뿐이었다는 2024년 조사 결과는 강요받은 자리에서 실제로 거부한 사람은 몇 명이었나에 자세히 정리했다.

일본: 이름까지 만들었던 나라

JP

일본은 직장 술자리에 이름을 만들어 붙인 나라다. 노미니케이션. 마신다는 뜻의 노무(飲む)와 커뮤니케이션을 합친 말로, 1980년대 이래 일본 직장 문화의 키워드였다. 연말의 망년회와 연초의 신년회가 연중 행사로 제도화되어 있고, 상사의 잔이 비면 채우고 첫 잔은 맥주로 통일하는 식의 세부 예법까지 통념으로 전해진다. 첫 주문을 뜻하는 "일단 맥주(とりあえずビール)"는 관용구가 됐다.

강권 쪽에도 이름이 생겼다. 알코올 하라스먼트, 줄여서 아루하라다. 상하관계의 압력으로 마시게 만들기, 원샷 강요, 체질과 의향을 무시한 권주 같은 행위가 그 정의에 들어간다. 소통에 이름을 붙였던 나라가 강요에도 이름을 붙였다는 것. 일본 파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변화는 이 어휘의 이동이다.

중국: 잔의 높이에 담긴 서열

CN

중국의 간베이(干杯)는 문자 그대로 "잔을 비워라"다. 비즈니스 연회에서는 건배의 순서가 서열을 따르고, 잔을 부딪칠 때 연장자보다 잔을 낮게 대는 것이 예법으로 통한다. 술자리의 몸짓 하나하나에 위계가 코드화되어 있다는 서술인데, 이 절은 확보한 자료가 전부 2차 문헌이라 여기까지만 적는다.

미국: 술이 회사의 리스크가 된 곳

US

미국에 회식이 없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있다. 2023년 조사에서 기업의 64.4%가 대면 홀리데이 파티를 열었고, 이는 팬데믹 이후 최고치였다. 58%는 근무시간 중에 열었다. 다만 주류를 제공한 곳은 57%로 전년 63%에서 줄었다.

줄어드는 이유가 흥미롭다. 문화나 건강 캠페인이 아니라 배상책임이다.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주최자 배상책임(host liquor liability)이 적용되어, 회사 행사에서 과음한 직원이 사고를 내면 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1인당 주류 쿠폰을 배부하는 드링크 티켓제나 무제한 오픈바 회피 같은 관행이 인사 실무로 자리 잡았다.

동아시아에서는 세대교체라는 문화의 힘이, 미국에서는 소송이라는 제도의 힘이 직장 음주를 줄이고 있다. 방향은 같고 동력이 다르다. 술을 권하던 손을 멈추게 한 것이 어디서는 후배의 표정이고 어디서는 변호사의 메모라는 것. 이 대비가 네 나라를 관통하는 결론이다.

직장 관행을 개인의 눈치가 아니라 제도가 움직인 다른 사례는 휴가 쪽에 있다. 쉬라고 회사가 서면으로 재촉하게 만든 장치는 연차를 다 못 쓰는 이유와 나라별 강제 장치에 정리했다.

술 없이 참석하는 법

거절의 기술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다. 지금 바뀌는 방향이 당신 편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선호 1위 회식은 이미 술 없는 점심이고, 체질과 의향을 무시한 음주 강요는 직장 문제로 조사·집계되는 대상이 됐다. 일본에서는 그런 강요에 아루하라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다른 나라가 실제로 바꾼 형태

개인의 화술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자리의 형태다. 아래는 두 나라에서 실제로 채택된 형태이고, 회식을 없애자는 제안보다 통과되기 쉬운 제안이기도 하다.

  • 한국: 저녁을 점심으로, 2차를 1차로. 인크루트 조사에서 유지되길 바라는 회식 형태 1위는 음주 없는 점심이었고, 좋아진 변화로 꼽힌 것은 시간 단축, 1차 마무리, 소규모 인원이었다. 네 가지 모두 이미 다수가 선호한다고 답한 형태다.
  • 미국: 자리를 근무시간 안으로 옮기고, 잔 수에 상한을 둔다. 2023년 조사에서 대면 홀리데이 파티의 58%가 근무시간 중에 열렸다. 인사 실무에서는 1인당 주류 쿠폰을 나눠주는 드링크 티켓제로 잔 수를 제한하고, 무제한 오픈바를 피한다. 동력은 취향이 아니라 주최자 배상책임이다.
  • 일본·중국: 대안 형태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기술

그다음이 기술이다. 술자리 자체를 거절하기 어렵다면 술만 거절하는 선택지가 있다. 첫 잔을 무알코올로 시작해 기준을 만들고, 거절 문장을 미리 정해 두는 것. 술이 안 받는 체질이라면 그 사실 자체가 근거가 된다. 체질과 거절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붉어지는 얼굴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법에, 숙취 쪽 근거는 숙취 해소제에 무엇이 검증돼 있나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자주 묻는 질문

회식을 거절하면 불이익이 있나요?

불이익 여부를 일반화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확인된 것은 방향이다. 회식의 형태 자체가 짧고 술 없는 쪽으로 바뀌고 있고, 그 변화에 직장인 94.5%가 만족했다. 음주 강요는 직장 문제로 조사되는 대상이 됐다.

요즘 회식이 줄어든 이유가 뭔가요?

정확히는 줄었다기보다 바뀌었다. 2022년 설문에서 좋아진 변화로 꼽힌 것은 시간 단축, 1차 마무리, 소규모 인원이었다. 저녁 자리가 점심으로, 긴 자리가 짧은 자리로 옮겨가는 개편에 가깝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인가요?

그런 인식이 오래 유지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통념의 영역이다. 법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자료는 이번에 확보하지 못했고,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문제다.

미국 회사는 회식이 없나요?

있다. 2023년 기업의 64.4%가 대면 홀리데이 파티를 열었다. 다른 것은 술의 취급이다. 주최자 배상책임 때문에 술이 회사의 법적 리스크로 관리되고, 드링크 티켓제 같은 통제 장치가 인사 실무로 자리 잡았다.

출처
  1. 인크루트. 회식 현황과 새로운 회식 문화에 대한 만족도 설문(2022, 직장인 1,013명)
  2. 직장갑질119. 직장인 회식실태 및 음주 강요 설문조사(2024.9, n=1,000) — 술 안 받는 체질 글과 공유
  3. NPO법인 ASK. 알코올 하라스먼트 정의
  4. Challenger, Gray & Christmas. 2023 Holiday Party Survey Report
  5. SHRM. Host liquor liability 관련 인사 실무 정리
  6. Derek Sandhaus. Drunk in China(2019) — Asian Review of Books 서평 경유(2차 자료)
b-side 편집팀

보건기관·학회·전문의 단체 자료를 먼저 보고, 나라별 관행은 관행으로만 적습니다. 상업 판매 페이지는 출처로 쓰지 않습니다.

함께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