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 났을 때 뭘 먹어야 할까: 흰죽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배탈이 나면 세 나라가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한국은 흰죽, 일본은 오카유, 미국은 BRAT. 부드럽고 담백한 탄수화물을 조금씩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두 나라의 전문 기관이 같은 이유로 그 처방을 만류하고 있다. 영양이 부족해서 회복이 오히려 늦어진다는 것이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물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5년 넘게 권고해 온 경구수액이 이 글에서 근거가 가장 단단한 항목이다.
-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권고하는 저삼투압 경구수액(ORS)은 기존 처방보다 정맥주사 필요를 33% 줄였다. 물에 소금과 설탕을 정확한 비율로 넣은 이 처방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있다.
-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코크란 리뷰는 10년 만에 결론을 뒤집었다. 2010년판은 설사 기간이 줄었다고 봤지만 2020년판(참가자 12,127명)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결론했다. 다만 이 자료의 94%는 소아 데이터다.
- 미국 소아과학회는 BRAT(바나나·쌀·사과소스·토스트) 식단을 더는 권하지 않는다. 소화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섬유·지방·단백질이 부족해서다.
- 한국 질병관리청과 미국 CDC는 혈성 설사, 고열, 탈수 징후가 있으면 진료를 받으라고 명시한다. 날짜를 세는 것보다 이 신호들을 보는 편이 낫다.
목차
무엇이 검증되었나
배탈에 먹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먹는 것보다 확실한 것부터 정리해 둔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25년 넘게 원인이나 연령대와 무관하게 설사로 인한 탈수를 예방·치료하기 위해 경구수액염(ORS) 처방을 권고해 왔다. 처방은 한 번 개정됐는데, 나트륨과 포도당 농도를 낮춘 저삼투압 처방이 소아의 급성 설사에서 효능을 개선한다는 것이 확인돼서다. 새 처방을 받은 소아에서 예정에 없던 정맥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33% 줄었다. 인도·브라질·멕시코·페루에서 진행된 시험에서는 기존 처방을 쓴 쪽의 대변량이 39% 더 많았고 설사 기간도 22% 길었다.
물에 소금과 설탕을 정확한 비율로 넣은 것뿐인데, 이 처방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들어 있다. 의약품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 가장 확실한 문장은 이것 하나다.
두 번째로 흔히 찾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인데, 근거의 흐름이 조금 복잡하다. 2010년 코크란 리뷰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쓰면 설사의 평균 지속 기간이 짧았고 4일 넘게 앓는 소아가 더 적었다고 봤다. 그런데 2020년에 나온 후속 리뷰는 82건, 12,127명을 다시 분석해 반대에 가까운 결론을 냈다. 48시간 넘게 지속되는 설사를 겪는 사람의 수에 거의 또는 전혀 차이를 만들지 않으며, 설사 기간을 줄이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분석은 비뚤림 위험이 낮은 대규모 시험에 기반한다. 책임저자는 이 결과가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을 억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유가 흥미롭다. 수분 유지처럼 정말 중요한 개입에서 주의를 빼앗지 않기 위해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숫자가 하나 있다. 12,127명 중 소아가 11,526명이고 성인은 412명뿐이다. 이 리뷰를 성인의 이야기로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는 뜻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니다. 리뷰의 표현은 정확히 "거의 또는 전혀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와 "불확실하다"다. 10년 전에는 반대로 결론이 났었다는 사실까지 붙여야 이 이야기가 정직해진다.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가
같은 아이디어를 세 나라가 각자 발명했다. 부드러운 탄수화물로 위장을 쉬게 하라는 것. 그런데 그중 두 나라의 전문 기관이 지금 같은 근거로 그걸 말리고 있다.
| 국가 | 전통적 권고 | 근거 수준 | 현재 전문 기관의 입장 |
|---|---|---|---|
| 한국 | 흰죽, 미음에서 밥으로 단계 올리기 | 통념 | 확인된 공식 입장 없음 |
| 미국 | BRAT(바나나·쌀·사과소스·토스트) | 통념에서 출발, 임상시험 없음 | 소아과학회가 권하지 않음. 연령에 맞는 정상 식사를 권한다 |
| 일본 | 오카유, 우동 | 통념 | 예방의학 단체가 담백한 식사만 이어지는 것을 경고 |
| 전 세계 공통 | 경구수액(ORS) | 의학.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 저삼투압 처방을 각국에 권고 |
표: 배탈에 먹는 음식의 나라별 전통과 근거 수준. 확실한 근거가 있는 항목은 음식이 아니라 물이다.
한국: 아플 때 끓여 주는 흰죽
KR배탈이 나면 흰죽을 먹는다. 미음에서 죽을 거쳐 밥으로 단계를 올리는 방식은 한국에서 워낙 널리 퍼진 관행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 글에서는 이것을 통념으로만 다룬다. 효능을 확인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더 단단한 것은 질병관리청의 서술이다. 세균성 급성위장관염의 일반 증상은 설사, 구토, 복통, 발열이고, 경우에 따라 혈변이나 중추신경계 이상, 신부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적는다. 오염된 음식·물, 덜 익힌 고기나 어패류, 감염자의 분변 접촉으로 감염되며, 콜레라균이나 장출혈성대장균 같은 원인균이 있다. 질병관리청은 손 씻기 같은 개인 위생과 함께 환자 격리와 접촉자 관리도 예방과 확산 방지에 필요하다고 짚는다. 배탈을 혼자만의 소화 문제로 다루면 놓치는 부분이다.
이 글의 반전은 흰죽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흰죽만 오래 먹는 것을 다른 나라의 전문 기관들이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두문자어를 만든 나라가 그걸 철회했다
US미국에는 이 아이디어에 붙은 이름이 있다. BRAT. 바나나(Banana), 쌀(Rice), 사과소스(Applesauce), 토스트(Toast)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를 이어 전해진 조언이다. 그런데 그 이름을 만든 미국 소아과학회가 지금은 이 식단을 권하지 않는다.
이유가 소화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학회 영양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문제는 섬유와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아는 연령에 맞는 정상적인 식사를 계속해야 하고, BRAT에 속하는 음식을 더할 수는 있지만 원래 잘 먹던 음식을 그것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정상 식사를 계속한 소아 대부분이 문제없이 회복한다는 근거가 쌓인 것이 이 전환의 계기였다.
BRAT를 하루 넘게 유지하면 회복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서술도 반복해서 나온다. 배고픈 아이에게 먹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이 학회의 안내다. 의사가 특별히 처방하지 않는 한 지사제를 주지 말라는 안내도 함께 있다.
BRAT는 틀린 조언이었다기보다 불완전한 조언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기억하기 쉬운 두문자어였다는 점이다. 외우기 쉬운 조언이 근거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위 섹션에서 다룬 성인 위험 신호(혈성 설사, 고열, 탈수)의 근거는 CDC 두 페이지에서 나온다.
일본: 오카유에 우메보시만 먹으면 안 된다
JP일본에서는 배탈이 나면 오카유나 우동처럼 소화가 좋은 전분질 음식을 권한다. 그런데 일본성인병예방협회는 여기에 경고를 붙인다. 설사가 이어지면 자꾸 오카유에 우메보시 같은 담백한 식사만 되기 쉬운데, 이러면 영양이 부족해져서 오히려 설사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담고 소화흡수가 좋은 음식을 고르라고 적는다.
미국 소아과학회와 일본의 이 예방의학 단체는 서로 참고한 적 없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담백한 것만 오래 먹으면 영양이 부족해서 회복이 늦어진다는 것. 이 일치가 이 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부엌에서 시작된 처방을 근거와 대조해 본 다른 주제는 감기다. 감기에 실제로 검증된 것과 6개국 민간요법에 정리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
세 나라의 통념을 다 늘어놓고 나면 실제로 할 일은 몇 가지로 줄어든다. 순서가 있다.
음식보다 물과 전해질이 먼저다. 이 주제에서 근거가 가장 단단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경구수액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원인이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쓰도록 각국에 권고하는 처방이고,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라 있다. 약국에서 파는 경구수액제가 있다는 것까지가 이 글이 전할 수 있는 정보다. 집에서 소금과 설탕을 계량해 만드는 방법은 다루지 않는다. 잘못 조제할 위험이 있고, 특히 아이에게 쓸 때 그렇다.
먹을 수 있으면 먹는다. 미국 소아과학회의 안내는 대부분의 소아가 연령에 맞는 정상 식사를 계속해야 하고, BRAT에 속하는 음식을 더할 수는 있어도 원래 잘 먹던 음식을 그것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고픈 아픈 아이에게 먹는 것을 막지 말라는 문장도 같은 안내에 있다. 당분 음료와 탄산음료는 피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성인병예방협회의 권고도 방향이 같다. 설사가 개선되면 오카유나 우동처럼 소화가 좋은 전분질을 섭취하되, 담백한 식사만 이어지지 않도록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포함하고 소화흡수가 좋은 것을 택하라는 것이다. 서로 참고한 적 없는 두 단체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을 여기서 한 번 더 적어 둔다.
일본의 단체가 피하라고 든 목록. 같은 일본성인병예방협회 자료는 피할 것으로 해조류와 버섯, 곤약, 야채, 과일을 든다. 소화가 나쁘고 장을 자극한다는 이유다. 향신료와 커피, 알코올, 탄산음료, 마늘, 양파도 같은 목록에 있다. 야채와 과일이 피할 것 쪽에 놓이는 감각은 한국의 통념과 결이 다르다. 이것은 일본 예방의학 단체의 안내이고 국제 지침의 권고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알아 두는 편이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보다 수분 유지가 먼저다. 2020년 코크란 리뷰의 책임저자가 든 이유가 그것이었다. 비용을 아끼는 것, 그리고 수분 유지처럼 중요한 개입에서 주의를 빼앗지 않는 것. 다만 이 리뷰의 참가자 12,127명 가운데 성인은 412명뿐이라는 사실은 인용할 때마다 따라붙어야 한다.
손을 씻고, 필요할 때 격리한다. 질병관리청은 질환별로 수분과 전해질 보충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환자 격리와 접촉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는다. 손 씻기 같은 개인 위생도 같은 자리에 있다. 배탈은 혼자 앓고 끝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지사제는 쓰지 않는다. 미국 소아과학회의 안내가 그렇게 되어 있다. 어떤 약을 쓸지는 진료에서 정할 일이고, 이 글은 약제명을 다루지 않는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미국 CDC의 두 페이지는 이 지점에서 기준일이 다르다. 식품안전 페이지는 3일 넘게 이어지는 설사를 중증 식중독의 특징으로 들고, 대장균 감염 페이지는 2일 넘게 이어지는 설사·구토를 의사에게 연락할 기준으로 든다. 다루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글은 날짜를 세는 것보다 아래 신호를 보라고 권한다.
혈성 설사, 대변이나 소변에 피가 섞이는 것, 화씨 102도(약 섭씨 38.9도)를 넘는 발열, 잦은 구토, 탈수의 징후(소변을 많이 보지 않는 것, 입과 목이 마르는 것, 일어설 때 어지러운 것)가 있으면 진료를 받는다. 임신 중에 발열과 독감 같은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세균성 급성위장관염이 혈변이나 신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갈 수 있다고 적는다.
장출혈성대장균 진단을 받은 사람의 5~10%는 용혈요독증후군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진행한다. 흔한 일은 아니다. 이 수치는 대장균 진단을 받은 사람 기준이고, 배탈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숫자가 아니다. 이 목록은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죽을 끓일 것인지 병원에 갈 것인지를 가르는 선이 어디인지 보여 주려는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자주 묻는 질문
배탈 났을 때 흰죽만 먹어야 하나요?
흰죽 자체가 문제라는 근거는 없다. 다만 미국과 일본의 전문 기관은 담백한 음식만 오래 이어가는 것을 경고한다. 영양이 부족해지면 회복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먹을 수 있다면 단백질과 비타민이 있는 음식도 함께 챙기는 편이 낫다.
굶는 게 낫나요?
이 글이 확인한 자료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일부 건강 매체가 짧은 금식을 권하지만, 국제 지침의 방향과 어긋나는지 확실한 근거로 대조하지 못했다. 증상이 걱정될 정도라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이 글의 편집 원칙에 맞는 답이다.
유산균이 도움이 되나요?
2020년 코크란 리뷰는 설사 기간을 줄이는지 불확실하다고 결론했다. 다만 이 리뷰 참가자의 대다수가 소아였고 성인은 412명뿐이었다는 점을 함께 알아 둘 필요가 있다. 10년 전 리뷰는 반대 결론이었다.
이온음료로 경구수액을 대신할 수 있나요?
둘의 당 함량과 전해질 조성은 다르다. 이 글이 확인한 자료로는 대체 가능 여부를 판단해 줄 수 없다. 약국에서 경구수액제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만 전한다.
- WHO·UNICEF 공동성명. Clinical Management of Acute Diarrhoea
- WHO. Oral Rehydration Salts: Production of the new ORS (2006)
- 저삼투압 ORS 다기관 시험.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PubMed 10832467)
- Collinson S 외. Probiotics for treating acute infectious diarrhoea.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0
- 리버풀 열대의학대학원(LSTM) 보도자료
- 미국 CDC. Food Poisoning Symptoms / Symptoms of E. coli Infection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급성 세균성 장염
- 日本成人病予防協会. 「下痢 — クスリになる食材あれこれ」
- Cleveland Clinic. BRAT Diet 정리 / 미국소아과학회 영양위원회 인터뷰 정리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지사제·항생제의 사용 여부와 방식은 의료진과 상담해 정한다. 혈성 설사, 고열, 탈수 징후가 있다면 지체 없이 진료를 받기를 권한다. 의료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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