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배우자의 정서적 학대도 범죄인가: 통제의 패턴을 처벌하는 나라들, 한국법이 묻는 첫 질문
때린 적이 없어도 범죄가 되는 나라가 있다. 잉글랜드·웨일스는 2015년부터 반복적·계속적인 통제와 강압 그 자체를 형사 범죄로 규정했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호주의 두 개 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국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이 법이 가정폭력범죄로 열거한 것은 폭행·협박·강요 같은 개별 형법 조항이고, 그 목록에 "통제의 패턴"이라는 항목은 없다.
- 잉글랜드·웨일스의 중대범죄법 2015 제76조는 "친밀관계 또는 가족관계에서의 통제적·강압적 행위"를 죄로 만들었다. 구성요건이 사건 1건이 아니라 반복성·계속성이다. 2023년 4월 5일 개정으로 동거 요건이 삭제돼, 함께 살지 않는 관계와 이별 후의 통제도 이 죄로 다뤄진다.
- 스코틀랜드는 2019년 4월, 아일랜드는 2019년 1월 이후의 행위부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는 2024년 7월, 퀸즐랜드는 2025년 5월에 시행에 들어갔다. 캐나다는 관련 법안이 2024년 6월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는데도 법률이 되지 못했다.
- 법이 있어도 증명은 어렵다. 잉글랜드·웨일스에서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경찰이 인지한 강압적 통제 사건 중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3.7%였고, 53.9%가 증거상 곤란으로 종결됐다.
- 한국법의 출발점은 다른 곳에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는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적고, 가정구성원 정의에 함께 살지 않는 연인은 들어 있지 않다.
목차
- 왜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따지면 답이 안 나오나
- 법이 사건이 아니라 패턴을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가
- 잉글랜드·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반복성을 구성요건으로 쓴 조문
- 아일랜드: 두 차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 호주: 연방 범죄가 아니라 주별 법
- 일본: 범죄를 만든 게 아니라 명령의 문턱을 낮췄다
- 한국: 열거된 목록과 그 목록에 없는 것
- 법이 있어도 왜 증명이 어려운가
- 무엇을 기록해 두면 되나
- 지금 연락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 떠나기로 했다면 무엇부터 정하나
- 누가 겪는 일인가
- 바로 도움을 구해야 하는 신호는 무엇인가
- 자주 묻는 질문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면 112에 신고하세요. 그리고 이 글은 가능하면 안전한 기기에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미국 국가가정폭력핫라인은 자기 안내 페이지에 "인터넷 사용은 감시될 수 있고 완전히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왜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따지면 답이 안 나오나
이 주제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나르시시스트"다. 먼저 정리해 둘 것이 있다. 이 말은 임상 진단명이 아니고, 상대에게 병명을 붙이는 것은 이 글의 목적도 아니다.
구분은 이렇다. 나르시시즘성 성격장애(NPD)는 DSM-5에 진단 기준이 있는 성격장애다. 반면 DSM-5에 "나르시시스트 학대(narcissistic abuse)"라는 진단명은 없다. 피해 쪽의 증상을 부르는 여러 이름들도 공식 진단 목록에 올라 있지 않다. 이 글은 NPD의 진단 기준을 나열하지 않는다. 그 목록을 옮기는 순간 그것이 자기 진단이나 타인 진단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임상 해설 자료들이 반복해서 지적하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가해자가 어떤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지와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이 지점이 이 글의 실용적인 부분과 곧바로 연결된다. 뒤에 나오는 법들은 어느 것도 가해자의 진단을 구성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잉글랜드·웨일스법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법도 묻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행동의 패턴이다. "상대가 무슨 사람인가"를 판정하는 일은 독자의 몫도 아니고, 각국 제도가 요구하는 일도 아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지만, 이 글은 그 말을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학술적 정의를 확보하지 못했고, 각국 공식 문서도 그 단어를 쓰는 대신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깎아내리거나 조작하는 것"처럼 행동으로 서술한다.
법이 사건이 아니라 패턴을 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라는 개념은 에번 스타크가 2007년 저서에서 정리한 것이다. 핵심 주장은 폭력의 세기가 아니라 자율성과 자유, 평등에 대한 침해가 친밀관계 폭력을 특히 파괴적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스타크는 이것을 자유에 대한 범죄(liberty crime)라고 불렀다.
두 번째 축이 법제로 이어졌다. 스타크는 기존 가정폭력 정의가 형사사법에서 차용된 것이라 범죄를 개별 행위로 다룬다고 비판했다. 재범자, 출동 건수 같은 용어가 가정폭력을 패턴이 아니라 사건으로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호주 국가연구기관 ANROWS는 국제 입법이 참조하는 모델이 스타크의 것이라고 정리한다.
영국 내무부가 발행한 법정 가이던스는 스타크의 원저를 직접 인용하며 강압적 통제를 "두 번 이상 발생하거나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의도적 행동 패턴으로,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 대해 권력·통제·강압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문서는 곧바로 이렇게 덧붙인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는 것이 강압적 통제의 패턴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고,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말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법의 단위가 사건에서 패턴으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고립시키기, 감시하기, 생활비를 끊기가 각각 따로는 어떤 죄에도 딱 들어맞지 않아도, 묶어서 하나의 범죄가 된다. 그 순간 이름이 없던 것들에 이름이 붙는다. 이 글에서 편집팀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문장이 그것이다. 법이 사건을 보면 통제는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는 미리 적어둔다. 같은 가이던스는 강압적 통제가 신체적·성적 폭행 같은 더 눈에 보이는 학대와 함께 나타나는 더 넓은 학대 패턴의 일부일 수 있고, 경제적 학대나 기술을 이용한 학대, 괴롭힘, 스토킹 같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적는다. 어느 죄로 수사할지를 정하기 위해 그 구분이 필요하다고도 적는다.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가
| 국가 | 통제의 패턴 자체가 독립 범죄인가 | 근거 법률과 시행 시점 | 함께 살지 않는 파트너에 적용되나 | 최고 법정형 | 가해자 전력 조회 제도 |
|---|---|---|---|---|---|
| 잉글랜드·웨일스 | 그렇다 | 중대범죄법 2015 제76조, 2015년 12월 29일 | 적용된다. 2023년 4월 5일 개정으로 동거 요건이 삭제됐다 | 정식기소 시 5년 | Clare's Law(가정폭력 정보공개제도). 2014년 3월 전 경찰청으로 확대, 2023년 4월 법정 가이던스 발행 |
| 스코틀랜드 | 그렇다 | 가정학대(스코틀랜드)법 2018, 2019년 4월 1일 | 현재·전 파트너 | 확보한 자료 없음 | DSDAS, 2015년 10월 1일 |
| 아일랜드 | 그렇다 | 가정폭력법 2018 제39조, 2019년 1월 1일 이후의 행위 | 친밀관계와 과거 친밀관계로 한정 | 정식기소 시 5년, 약식기소 시 12개월 | 확보한 자료 없음 |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 그렇다 | 강압적 통제 관련 형사법 개정법 2022, 2024년 7월 1일 | 현재·전 친밀 파트너 | 7년 | 확보한 자료 없음 |
| 호주 퀸즐랜드 | 그렇다 | 형사법 개정법 2024(통칭 해나법), 2025년 5월 26일 | 현재·전 친밀 파트너, 가족구성원, 무급 돌봄자 | 14년 | 확보한 자료 없음 |
| 일본 | 아니다. 보호명령 요건을 정신적 폭력까지 넓혔다 | 개정 배우자폭력방지법, 2024년 4월 1일 | 확보한 자료 없음 | 해당 없음. 명령 위반 시 2년 이하 구금형 또는 200만 엔 이하 벌금 | 확보한 자료 없음 |
| 한국 | 아니다. 개별 형법 조항을 열거한다 |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 가정구성원 요건에 비동거 연인이 없다 | 해당 조항 없음 | 확보한 자료 없음 |
표: 강압적 통제를 다루는 각국 법제 비교. 나라마다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법정형의 크기가 곧 엄벌의 정도를 뜻하지는 않는다. "확보한 자료 없음"은 그 제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잉글랜드·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반복성을 구성요건으로 쓴 조문
GB중대범죄법 2015 제76조의 구성요건은 네 가지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향해 반복적으로 또는 계속적으로 통제적·강압적 행위를 하고, 그 행위 당시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행위가 피해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주고, 가해자가 그 영향을 알았거나 알았어야 했을 때다. "중대한 영향"에는 두 경로가 있다. 최소 두 차례 폭력이 행사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 또는 일상적 활동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심각한 불안이나 고통을 야기하는 것.
항변도 조문에 들어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이 합리적이었다고 입증하면 항변이 성립한다. 다만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야기한 경우에는 이 항변을 쓸 수 없다. 법정형은 정식기소 시 최대 5년 구금 및 벌금이고, 약식기소 시에는 치안판사법원의 일반 상한이 적용된다.
이 죄가 실제로 크게 달라진 시점은 2023년 4월 5일이다. 가정학대법 2021 제68조가 제76조를 개정하면서 동거 요건을 삭제했다. 개정 후 "개인적으로 연결"된 사람은 혼인이나 시민파트너십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약혼이나 시민파트너십 합의를 한 사람, 친밀한 개인적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같은 아동에 대해 부모 관계를 갖거나 가졌던 사람, 친족을 포함하며, 함께 사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별 후의 통제와 따로 사는 가족의 통제가 이 죄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이 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가정학대법 2021은 제1조에서 처음으로 가정학대의 법적 정의를 두었고, 그 정의에 신체적·성적 학대, 폭력적·위협적 행위, 통제적·강압적 행위, 심리적·정서적 학대와 함께 경제적 학대를 넣었다. 경제적 학대의 정의는 "금전이나 재산을 취득·사용·유지하거나 재화·서비스를 얻는 능력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다. 돈으로 사람을 묶는 일이 법령 문언에 들어간 셈이다.
스코틀랜드는 별도의 법을 만들었다. 가정학대(스코틀랜드)법 2018이 현재나 전 파트너에 대한 "학대적 행위의 과정"에 관여하는 죄를 창설했고 2019년 4월 1일 시행됐다. 입법 설명자료의 취지는 스타크의 문제의식과 거의 같다. 가정학대는 지속된 기간에 걸친 행위의 과정일 수 있고, 그 과정은 기존 법으로 기소할 수 있었던 신체 폭력이나 위협뿐 아니라 기존 법으로는 기소하기가 훨씬 어려웠던 심리적·정서적 학대로도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위의 과정"은 최소 두 차례의 학대적 행위를 요구한다.
스코틀랜드법에는 다른 나라 법에서 확인하지 못한 설계가 하나 있다. 아동 관련 가중이다. 가해자가 범행에 아동을 이용한 경우, 아동을 향해 행위한 경우, 아동이 학대를 보거나 듣거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경우, 또는 아동이 그 행위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가중이 적용된다.
아일랜드: 두 차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IE아일랜드는 가정폭력법 2018 제39조로 강압적 통제 죄를 두었고 2019년 1월 1일 이후의 행위에 적용한다. 문언은 잉글랜드·웨일스 조문과 거의 같지만 한 곳이 다르다. 영국식의 "최소 두 차례" 대신 "알면서 지속적으로(knowingly and persistently)"를 쓴다. 여기에 상대에게 중대한 영향을 주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볼 행위여야 한다는 요건이 붙는다. 법정형은 정식기소 유죄 시 최대 5년, 약식 유죄 시 최대 12개월이다.
적용 범위는 좁은 편이다. 친밀관계 또는 과거 친밀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잉글랜드·웨일스나 뉴사우스웨일스처럼 가족이나 동거 친족으로 넓히지 않는다.
호주: 연방 범죄가 아니라 주별 법
AU호주에서 이 죄는 연방 범죄가 아니다. 뉴사우스웨일스가 첫 주였다. 강압적 통제 관련 형사법 개정법이 2022년 11월 16일 의회를 통과하고 2024년 7월 1일 시행됐다. 현재나 전 친밀 파트너에 대해 강압하거나 통제할 의도로 하는 학대적 행위의 패턴을 죄로 규정하며, 최고 법정형은 7년이다. 이 법은 2024년 7월 1일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소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선 현재·전 친밀 파트너 관계에만 적용하는데, 주 정부는 강압적 통제가 친밀 파트너 살해와 강하게 연관된다는 근거를 이유로 든다.
퀸즐랜드가 두 번째다. 2024년의 형사법 개정법이 2025년 5월 26일 시행됐다. 대상 관계가 더 넓어서 현재·전 친밀 파트너와 가족구성원, 그리고 무급 돌봄자에 대한 행위까지 포함하고, 최고 법정형은 14년이다. 이 법에는 통칭이 붙어 있는데, 한 피해자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호주 안에서도 시점과 방식이 갈린다. 태즈메이니아는 2004년에 이미 가정폭력법으로 경제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협박을 다루기 시작했고, 비신체적 위해의 패턴을 범죄화한 호주 최초의 관할로 기록된다. 그 밖의 주와 준주의 현황은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다. "호주는 범죄화했다"고 뭉뚱그리면 부정확하다.
일본: 범죄를 만든 게 아니라 명령의 문턱을 낮췄다
JP일본은 강압적 통제를 독립 범죄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개정 배우자폭력방지법이 2024년 4월 1일 시행되면서 보호명령 제도가 확충됐다. 이 차이를 섞으면 사실 오류가 된다.
달라진 것은 명령의 문턱이다. 기존에는 신체 폭력과 생명·신체에 대한 협박만 신청 대상이었으나, "자유, 명예, 재산에 대한 협박을 받은 자"가 추가됐다. 발령 요건도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해악에서 생명·심신에 대한 중대한 해악으로 넓어졌다. 내각부가 든 협박의 예시가 강압적 통제의 전형과 거의 겹친다. 외출하려 하면 고성을 지르는 것은 자유에 대한 협박, 성적 이미지를 유포하겠다는 위협은 명예에 대한 협박, 현금카드를 압류하겠다는 위협은 재산에 대한 협박으로 든다.
접근금지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됐다. 퇴거명령은 원칙 2개월이지만 주거의 소유자나 임차인이 피해자뿐인 경우 신청하면 6개월까지 가능한 특례가 생겼다. 금지행위도 늘었다. 긴급한 경우가 아닌 연속적 문서 송부와 SNS 송신, 심야·조조의 SNS 송신,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데이터 송신, 동의 없는 GPS 위치정보 취득이 들어갔고 자녀에 대한 전화 등 금지명령이 신설됐다. 명령 위반의 벌칙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구금형 또는 200만 엔 이하 벌금으로 올랐다.
한국: 열거된 목록과 그 목록에 없는 것
KR한국법의 정의 자체는 좁지 않다.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1호는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정신적 피해와 재산상 피해가 문언에 들어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조항이다. 같은 법 제2조 제3호는 "가정폭력범죄"를 개별 형법 조항의 열거 목록으로 정의한다. 상해와 폭행, 유기와 학대, 체포와 감금, 협박, 강간과 추행, 명예훼손과 모욕, 주거·신체 수색, 강요, 공갈, 손괴, 그리고 성폭력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일부 조항이다. 이 목록에 "통제의 패턴"이라는 항목은 없다. 고립시키기와 감시하기, 생활비를 끊기가 개별적으로 협박이나 강요, 공갈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정폭력범죄로 잡히지 않는다.
두 번째 공백은 관계의 범위다. 이 법이 말하는 가정구성원은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를 포함한다)나 배우자였던 사람, 직계존비속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계부모·자녀와 적모·서자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그리고 동거하는 친족이다. 함께 살지 않는 연인은 여기에 없다. 잉글랜드·웨일스가 2023년 4월에 동거 요건을 삭제한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의 지점이다.
세 번째는 목적 조항이다. 가정폭력처벌법 제1조는 이 법이 가정폭력범죄의 형사처벌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보호처분을 행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는다. 스타크가 강압적 통제를 자유에 대한 범죄로 부르고 영국 법제가 개인의 침해를 구성요건으로 설계한 것과, 목적 조항의 첫 목적어가 가정인 법은 출발점이 다르다. 어느 쪽이 낫다는 판단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다만 출발점이 다르면 신고 창구에서 처음 듣는 질문도 달라진다.
여기에 형법 구조가 하나 더 얹힌다. 가정폭력 사안에 흔히 적용되는 폭행죄와 협박죄는 형법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되어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은 가정폭력처벌법이 아니라 형법의 개별 죄에 있는 것인데, 두 법을 섞어 설명한 서술이 흔히 보인다.
법이 없는 쪽 사례가 한국만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친밀 파트너에 대한 강압적 통제를 형법에 넣는 법안이 2023년 5월 발의돼 2024년 6월 12일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리고 상원 단계에서 법률이 되지 못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강압적 통제 죄를 확보한 자료에서 찾지 못했고, 확인된 사례는 주 단위다. 코네티컷은 2021년 6월 이른바 제니퍼스법으로 주의 가정폭력 정의를 확장해 강압적 통제를 포함시켰다. 두려움이나 위해를 야기하거나 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행위의 패턴이라는 정의이고, 언어적 위협과 강제된 고립, 스토킹, 사이버스토킹, 재정적 제약과 통제를 포함한다. 다만 이 법이 형사 처벌 조항인지 보호명령 요건의 확장인지는 이 글이 확정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또 다른 경로를 택했다. 형법 제222-33-2-1조가 반복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배우자나 파트너의 생활 조건을 악화시켜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손상을 초래한 경우를 처벌한다. 통제가 아니라 괴롭힘이라는 프레임이고 건강 손상을 요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프랑스가 강압적 통제를 범죄화했다고 옮기면 부정확하다.
법이 있어도 왜 증명이 어려운가
숫자는 두 방향으로 읽힌다. 잉글랜드·웨일스에서 경찰이 인지한 강압적 통제 건수는 2016년 3월 종료 연도 기준 4,246건에서 2021년 3월 종료 연도 기준 41,626건으로 늘었다. 법이 생기고 이름이 붙자 신고가 늘었다.
같은 기간의 다른 숫자가 이 글의 균형을 만든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인지된 강압적 통제 사건 가운데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3.7%였다. 같은 기간 전체 가정폭력 관련 범죄의 기소 비율은 6.7%였으니 절반 수준이다. 그리고 강압적 통제 사건의 53.9%가 "증거상 곤란, 피해자가 조치를 지지하지 않음"으로 종결됐다. 전체 가정폭력에서 같은 사유의 종결 비율은 51.4%였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법을 만든 나라에서도 패턴은 증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건 하나는 시각과 장소와 목격자가 있지만, 패턴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같은 나라의 정부 문서가 기록에 대해 이례적으로 길게 적어두게 됐다.
무엇을 기록해 두면 되나
영국 내무부 법정 가이던스는 경찰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문서로 적어두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묻지 말고 강압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식별할 질문을 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가 따라야 하는 규칙이나 기대, 감시가 있는지, 관계에서 피해자가 갖는 통제의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재정 결정과 인터넷·통신기기 접근을 포함한다), 여권이나 자녀 출생증명서 같은 필수 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 행위가 피해자와 자녀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가족과 친구 같은 지원에 닿을 수 있는지, 다른 학대 행위의 증거가 있는지를 묻도록 한다. 이 질문들은 경찰대학의 위험평가 도구에도 들어가 있다. 가해자의 과거 행동에 대해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적혀 있는데, 피해자 자신이 그것이 학대 패턴의 일부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록은 독자가 자기 상황을 몇 점으로 채점하는 자기진단표가 아니다. 영국 경찰이 신고를 받았을 때 실제로 무엇을 묻는지의 기록이고, 그래서 무엇을 정리해 두면 이야기가 전달되는지의 힌트다. 같은 가이던스는 진술이 행위의 나열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미친 중대한 영향을 담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적는다. 초기 진술에 없던 내용을 법정에서 처음 말하면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있다.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의 목록은 길다. 통화기록과 문자, 기기 로그,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학대의 흔적, 이메일 사본, 부상 사진(팔 앞쪽의 방어 상처, 위팔을 잡힌 흔적, 두피의 멍, 뭉텅이로 빠진 머리카락), 파손 사진(부서진 문, 석고보드의 구멍, 강제 진입의 흔적), CCTV와 가정용 영상, 지원 서비스의 상담 기록, 의료 기록, 재정 통제를 보여주는 은행 기록, 자녀나 가족에 대한 과거의 협박, 피해자가 쓴 일기, 고립의 증거(가족·친구와 연락이 끊긴 것, 동호회 같은 활동에서 빠진 것, 가해자가 진료에 동행하는 것), 휴대전화나 차량에 설치된 GPS 추적 장치까지 포함된다. 가이던스는 가해자가 메시지나 사진을 지우거나 피해자를 강압해 비밀번호와 기기를 넘기게 하는 식으로 흔적을 없애려 할 수 있으니 이런 유형의 증거에만 의존하지 말라고도 적는다.
그리고 실제로 권하는 방법이 네 줄로 적혀 있다.
- 사건 일지를 쓴다. 가능하면 제본된 노트에, 그리고 날짜와 시각이 남는 전자 기록으로. 같은 문서가 곧바로 경고를 붙인다. 가해자가 이 기록을 발견하면 피해자에게 위험이 따를 수 있다.
- 그 일을 보거나 들은 목격자의 인적사항을 안전하게 적어둔다.
- 메시지를 보관하거나, 가해자가 건 통화를 녹음한다.
- 이웃이나 동료, 고용주, 가족, 친구, 또는 전문 지원 서비스에 안전하게 이야기한다.
녹음의 합법성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의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다. 자신이 당사자인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 법 위반이 아니고, 녹음 중임을 미리 알릴 의무도 법에 없다. 다만 합법이라는 것과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는 이 글이 답할 수 없다. 미국은 주마다 규칙이 갈려서 대화 당사자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주가 열 곳을 넘는다. 자기 주의 규칙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이 말할 수 있는 한계다. 잉글랜드·웨일스의 가정법원에서는 아동 관련 절차의 몰래 녹음에 대해 가정사법위원회가 가이던스를 냈다. 몰래 녹음을 금지하지도, 자동으로 증거에서 배제하지도 않는다. 법원이 채택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하고 증명력을 그것이 야기하는 해악과 견주며, 증거로 제출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지금 연락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아래는 각국 공공기관과 공식 지원 창구의 안내에 있는 것만 정리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각 나라의 지원기관이나 법률구조기관과 상담해야 한다.
한국. 여성긴급전화는 국번 없이 1366이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초기상담과 긴급구조·보호서비스를 담당한다. 전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 채널(women1366으로 검색)과 사이버상담 누리집(women1366.kr)이 함께 열려 있어서, 통화가 위험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경로가 있다. 2024년 한 해 상담은 29만 3천여 건, 하루 평균 약 804건이었고 그중 가정폭력이 148,884건(50.7%)이었다. 교제폭력 상담은 11,338건(3.9%), 스토킹은 14,553건(5.0%)으로 집계됐다. 센터는 17개 시·도에 모두 설치돼 있다.
- 보호시설 입소는 1366이나 지역 가정폭력 상담소를 통해 신청한다. 보호시설은 입소 후 1개월 이내의 건강검진을 포함한 의료지원을 제공한다.
- 무료 법률구조는 민사·가사사건뿐 아니라 형사사건에도 받을 수 있다. 신청 기관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이다.
-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거주지가 필요하면 입주심사를 거쳐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 긴급한 위험에는 112다.
이 사업들의 소관 부처 이름은 2025년 10월 1일부터 성평등가족부다. 그 전 자료에는 여성가족부로 적혀 있다.
잉글랜드·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이 글에서 가장 옮겨볼 만한 실행 사례가 여기 있다.
첫째는 말할 수 없을 때의 경로다. 휴대전화로 999에 걸었는데 소리를 낼 수 없거나 말할 수 없는 경우, 약 20초의 자동 안내가 나온 뒤 55를 누르면 진짜 응급 상황임을 경찰에 알릴 수 있다. 55를 누르면 지역 경찰로 연결되고 상담원이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여기서 반드시 함께 알아야 하는 한계가 두 가지다. 55를 누르는 것만으로 위치가 자동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그리고 55를 누르지도 응답하지도 않으면 통화는 종료된다. 가능하면 속삭여서라도 말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공식 안내의 표현이다. 이 절차는 휴대전화 기준이고, 유선전화의 절차는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다.
둘째는 사귀기 전에 물어볼 수 있는 제도다. 가정폭력 정보공개제도(DVDS), 통칭 Clare's Law는 2014년 3월 잉글랜드·웨일스 43개 경찰청 전체로 확대됐고 2023년 4월 내무부 법정 가이던스로 근거를 갖췄다. 두 경로가 있다. 시민이 특정인을 가정폭력이나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 정보 공개를 신청하는 Right to Ask, 그리고 경찰이 어떤 사람이 위험에 있다고 판단하면 요청이 없어도 정보를 공개하는 Right to Know다. 공개 대상 정보에 정서적 학대와 통제적·강압적 행위, 경제적 학대의 전력이 포함된다. 범죄화와 짝을 이루는 제도라는 점이 이 항목의 핵심이다. 스코틀랜드에는 2015년 10월 1일 시행된 별도 제도가 있고, 물어볼 권리와 알릴 권한이라는 두 축을 같이 둔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이에 상응하는 제도는 이 글이 찾지 못했다. 없다는 뜻은 아니다.
셋째는 신고 이후의 권리다. 범죄를 경찰에 신고하면 피해자 권리 규범에 따라 2근무일 안에 피해자 지원 서비스로 연계받을 권리가 있다. 신고하지 않기로 선택한 경우에도 언제든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잉글랜드·웨일스에는 24시간 전국 가정학대 헬프라인이 있고, 남성 피해자를 위한 상담선은 Respect가, 성소수자 피해자를 위한 헬프라인은 Galop이 운영한다. 이 번호들은 2차 경로로만 확인돼 이 글에 숫자를 적지 않았다. 각 단체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하기를 권한다.
미국. 국가가정폭력핫라인은 800-799-7233이고, 통화가 어려우면 START를 88788로 문자하면 된다. 웹챗도 thehotline.org에서 운영한다. 특화 창구도 있다. 미국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을 위한 StrongHearts Native Helpline은 844-762-8483, 청소년 교제폭력 창구는 866-331-9474,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통화 창구는 855-812-1001이다. 즉각적 위험에는 911이다. 주별 보호명령 신청 절차는 주마다 다르고, 미국가정폭력종식네트워크가 운영하는 WomensLaw.org에 주별로 정리돼 있다. 하나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988은 자살·위기 상담 라인이고 가정폭력 전용 창구가 아니다.
일본. DV相談ナビ는 #8008로, 전화를 걸면 가까운 도도부현의 배우자폭력상담지원센터로 연결된다. 다만 운영시간은 각 상담기관의 접수시간 안으로 한정된다. 내각부가 개설한 DV相談+는 24시간 전화상담과 챗 상담을 운영한다. 이쪽 전화번호는 내각부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호주. 떠날 때 쓸 돈을 국가가 주는 제도가 2025년 7월 1일 시작됐다. Leaving Violence Program은 폭력적인 친밀 파트너 관계를 떠나는 적격 피해생존자에게 최대 5,000호주달러를 지원하고, 그중 최대 1,500달러는 현금, 나머지는 재화와 서비스로 지급한다.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안전 계획과 위험 평가, 다른 기관 연계를 최대 12주간 제공한다. 신청은 leavingviolenceprogram.org.au 또는 1800 253 283이다. 적격 요건에는 과거 12개월 안에 같은 성격의 시범사업이나 전국 프로그램으로 이 지원을 받지 않았을 것이 포함된다. 한국과 영국, 일본에서 이에 상응하는 현금 지원 제도는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다.
아일랜드. Women's Aid와 Men's Aid Ireland가 헬프라인을 운영한다. 번호는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하기를 권한다.
떠나기로 했다면 무엇부터 정하나
먼저 연구가 말하는 것부터 적는다. 영국 내무부 가이던스는 강압적 통제가 관계가 끝난 뒤에도 오래 계속될 수 있고, 이별 후의 기간이 아동을 포함한 피해자에게 폭력의 위험이 높은 시기라고 적는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의 가정살해·피해자 자살 검토에서, 친밀 파트너 사건으로 제출된 건의 19%에서 살해 이전에 관계가 최근에 끝났거나 끝날 위협이 있었다. 같은 문서의 다른 대목은 강압적 통제가 관계가 끝났을 때 계속되거나 오히려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적는다. 이별 후 학대는 효과적 개입이 없으면 계속되고 심해질 수 있고, 가족관계와 고용, 경제적 안정, 온라인에서의 존재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할 수 있으며, 물리적 근접을 요구하지 않는 형태를 포함한다.
이 사실이 뜻하는 것은 떠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계획 없이 떠나는 것과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 지원기관들의 안전계획 자료가 공통으로 안내하는 구성은 이렇다.
- 시점. 가해자가 없을 것이 확실한 때로 정한다. 어떻게 나갈지와 처음 어디로 갈지를 미리 정하고, 집을 나서는 경로를 여러 개 확보해 연습한다.
- 비상 가방. 돈과 신분증, 약, 중요 서류, 여분의 열쇠, 휴대전화 충전기, 옷을 넣어 가해자가 찾을 수 없는 곳에 둔다. 차 안이나 신뢰하는 친구·친척의 집을 예로 든다.
- 서류 사본. 신분 관련 서류와 여권, 그리고 보호명령이나 양육 관련 합의서 같은 법적 문서의 사본을 따로 둔다.
- 지원망.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안전한 탈출로를 파악하고, 경찰과 지원 창구, 병원의 전화번호를 정리해 둔다. 즉각적 도움이 필요할 때를 알릴 암호어를 미리 정하는 방법도 안내에 들어 있다.
- 온라인 안전. 계획을 가해자가 알 수 있는 경로에 남기지 않는다. 공공도서관 컴퓨터나 친구의 기기로 자료를 찾는 방법을 권한다.
- 자녀. 응급 시 어디에 전화하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가르쳐 둔다.
떠난 뒤에도 가해자의 행동이 위험을 계속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이 영국 지원단체 자료의 표현이다.
디지털 쪽에는 직관과 반대되는 안내가 하나 있다. 스토커웨어를 발견했을 때 바로 지우지 말라는 것이다. 국제 연합체 Coalition Against Stalkerware의 생존자용 안내는 세 가지를 든다. 지우면 증거도 함께 지워지므로 신고할 생각이 있다면 법 집행기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제거가 더 큰 해를 낳을 수 있는지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앱이 즉시 가해자에게 알리게 되고 가정학대 상황에서 그것이 가해자를 자극해 생존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지역 피해자 지원단체나 법 집행기관에 연락하라고 권한다. 안전 계획에는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확보하는 것, 필요하면 경찰의 개입, 더 안전한 물리적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무엇이 기술을 이용한 학대로 열거되는지도 공식 문서에 있다. 영국 내무부 가이던스는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통화의 해킹과 감시, 피해자를 강압해 비밀번호를 공유하게 하기, 계정을 대신 사용하거나 가짜 계정을 만들기, 진료 기록과 의료 계정에 접근해 예약을 취소하거나 그 내용을 통제에 쓰기, 휴대전화와 컴퓨터, 웨어러블, 자동차, 반려동물과 아동의 소지품에 스파이웨어나 GPS 추적기를 붙이기,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 잠금, 난방 같은 스마트홈 기기로 감시하거나 위협하기, 숨은 카메라와 스마트 초인종으로 감시하기, 제3자를 시켜 대리로 괴롭히거나 감시하기를 든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실용적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차단해도 학대가 계속될 수 있는 구조를 설명한다.
같은 문서가 인용한 영국 조사에서는 여성 16%와 남성 10%가 현재나 전 파트너로부터 온라인 학대나 괴롭힘을 시사하는 행위를 최소 한 건 경험했다고 답했고, 18세에서 34세 여성에서는 22%로 올라갔다. 소셜미디어에서 기술을 이용한 학대를 겪은 여성의 94%는 다른 형태의 가정학대도 경험했다. 기술 문제가 별개의 문제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존자용 무료 자료는 미국가정폭력종식네트워크의 안전망 프로젝트(techsafety.org)와 위 연합체(stopstalkerware.org)가 제공한다.
돈 문제도 이별 후에 끝나지 않는다. 영국 내무부 가이던스는 경제적 학대가 관계가 끝난 뒤에 시작되거나 계속되거나 심해질 수 있다고 적는다. 물리적 근접이 없어지면 그것이 피해자를 통제할 거의 남은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로는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켜 법률 비용을 늘리기, 이유 없이 주택담보대출 납부를 중단하기, 법원의 재산 명령 이행을 부당하게 막기, 공동 계좌 오용, 약정된 양육비를 미납하거나 불규칙하게 지급하거나 자녀 면접교섭을 조건으로 지급하기,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기를 든다.
여기서 한 조사 결과를 옮겨둘 만하다. 영국의 2020년 조사에서 여성 17%와 남성 16%가 경제적 학대 피해를 보고했다. 70세 이상은 스스로 경제적 학대를 겪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낮아 8%였는데, 구체적 행위를 하나씩 물으면 28%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에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이 글 전체가 다루는 문제가 그 8%와 28% 사이에 들어 있다. 같은 조사에서 경제적 학대 피해자의 57%가 부채가 있거나 있었고 26%는 신용점수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떠날 능력 자체를 제약하거나, 이별 후에 새 금융상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것 같은 지속적 어려움을 만든다. 가이던스는 피해자를 금전·부채 상담 서비스로 연계하고 자기 은행에 어떤 지원이 있는지 문의하도록 안내하라고 적는다. 영국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 금융 지원 상담선이 별도로 있다.
누가 겪는 일인가
두 사실을 함께 적어야 정확하다.
첫째, 통계는 여성이 불균형하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영국 내무부 가이던스는 누구나 가정학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이 인정된다고 적은 바로 다음에 이 문장을 붙인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의 잉글랜드·웨일스 범죄조사 추정으로 16세 이상 여성의 29.3%, 남성의 14.1%가 생애 중 가정학대를 경험했다. 같은 기간 경찰이 인지한 가정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여성이 74.1%, 남성이 25.9%였다. 2019년 3월 종료 연도부터 2021년 3월 종료 연도까지 가정살해 피해자의 72%가 여성이었다. 강압적 통제로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성별이 확인된 건에서는 98%가 남성이었다.
둘째, 남성과 성소수자 피해자가 존재하고 각국이 별도 창구를 두는 경우가 있다. 한국 1366의 2024년 상담에서 남성 피해자 상담은 전체의 6.3%, 18,362건이었다. 잉글랜드·웨일스에는 남성 피해자용 헬프라인과 성소수자 피해자용 헬프라인이 각각 별도 단체 운영으로 있다. 한국에 남성 전용이나 성소수자 전용 창구가 있는지는 이 글이 확인하지 못했다. 없다는 뜻으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
이 두 문장 중 하나만 쓰면 정확하지 않다. 남성 피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성 피해 통계를 상대화하는 데 쓸 수 없고, 여성 피해 통계가 남성 피해를 지워도 안 된다.
바로 도움을 구해야 하는 신호는 무엇인가
이 절은 위험을 판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연구와 기관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의 목록이다. 아래에 해당하는 일이 있었다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위 창구에 연락하기를 권한다. 즉각적 위험에는 한국 112, 영국 999, 미국 911이다.
가장 강한 근거가 있는 항목은 목 조르기다. 완결되거나 미수에 그친 살인 사례 506건과 학대 피해 대조군 427건을 비교한 사례-대조 연구에서, 과거에 목이 조인 적이 있다는 응답은 대조군에서 10%, 살인 미수 사례에서 45%, 살인 사례에서 43%였다. 연구진은 과거의 비치명적 목 조르기가 이후 살인 미수 위험과 6배 이상, 완결된 살인 위험과 7배 이상 연관됐다고 보고했다. 이 숫자는 개인의 위험을 계산하는 공식이 아니다. 다만 이 연구 계열이 법을 움직였다. 잉글랜드·웨일스는 2022년 6월 7일부터 비치명적 목 조르기를 별도 범죄로 두고, 피해의 입증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어도 성립한다는 뜻이다. 상처가 남지 않아 신고를 망설였다는 사람에게 이 조문은 그 자체로 정보다.
이별과 별거 시점도 위험 요인으로 다뤄진다. 앞 절에 적은 대로 이별 후의 기간은 위험이 높은 시기이고, 강압적 통제는 관계가 끝난 뒤에 계속되거나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무기와 위협에 관해서는 미국에서 수행된 다지역 사례-대조 연구가 있다. 친밀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의 위험 요인으로 가해자의 총기 접근과 무기로 위협한 전력, 가정 안에 가해자의 의붓자녀가 있는 상황, 그리고 특히 통제적 파트너로부터의 별거를 보고했다. 총기 접근 항목은 미국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한국 독자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무기로 위협한 전력은 총기 여부와 무관하게 같은 목록에 있다.
살해에 앞서는 진행에 대한 연구도 있다. 여성 살해 사례를 사후 검토한 연구자는 반복되는 진행 양상을 이론적 틀로 정리했고, 그 첫 단계에 통제와 스토킹의 이력을 놓았다. 이 글은 단계 목록을 옮기지 않는다. 단계를 나열하면 독자가 자기 관계를 몇 단계인지 채점하게 되고, 그것은 이 글이 하지 않으려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내무부 가이던스는 통제의 성질상 피해자가 가진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적는다. "왜 안 떠났느냐"는 물음은 그 구조를 거꾸로 세운 질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자주 묻는 질문
정서적 학대만으로도 처벌되는 나라가 있나요?
있다. 잉글랜드·웨일스는 2015년 12월 29일부터 반복적·계속적인 통제적·강압적 행위 자체를 죄로 다루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와 퀸즐랜드도 각각의 법으로 같은 영역을 다룬다. 다만 나라마다 구성요건이 달라서, 어떤 곳은 최소 두 차례를 요구하고 어떤 곳은 지속성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무엇으로 신고되나요?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폭력범죄로 열거한 것은 폭행과 협박, 강요, 공갈, 명예훼손과 모욕 같은 개별 형법 조항이다. 통제의 패턴이라는 항목은 그 목록에 없기 때문에, 겪은 일이 개별 조항 중 하나에 해당하는지가 실제 쟁점이 된다. 이 글은 특정 사안이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않는다. 1366이나 무료 법률구조 기관과 상담하는 것이 정확한 경로다.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고, 답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대신 질문을 바꿀 수 있다. 이 글에 나온 어느 나라의 법도 가해자의 진단을 구성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묻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행동의 패턴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질문은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 반복이 내 일상에 무엇을 남겼는지에 가깝다.
함께 살지 않는 연인에게도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나요?
가정폭력처벌법의 가정구성원은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 직계존비속, 계부모·자녀와 적모·서자 관계, 동거하는 친족이다. 함께 살지 않는 연인은 이 정의에 없다. 잉글랜드·웨일스는 2023년 4월 5일 개정으로 동거 요건을 삭제해 반대 방향으로 갔다.
대화를 녹음해도 되나요?
한국의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다. 자신이 당사자인 대화의 녹음은 이 법 위반이 아니고 사전에 알릴 의무도 없다. 다만 합법인지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는지는 다른 문제다. 미국은 주마다 규칙이 다르고 전원 동의를 요구하는 주가 열 곳을 넘는다.
스마트폰에서 감시 앱을 찾았습니다. 지워야 하나요?
국제 연합체 Coalition Against Stalkerware는 바로 지우지 말라고 안내한다. 지우면 증거가 함께 사라지고, 앱이 가해자에게 즉시 알려 가해자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역 피해자 지원단체나 법 집행기관에 연락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확보하는 방안을 포함해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 이 단체의 권고다.
- legislation.gov.uk. Serious Crime Act 2015 제76조 / Domestic Abuse Act 2021 제1조·제68조 / The Domestic Abuse Act 2021 (Commencement No. 1) Regulations 2023
- Home Office. Controlling or Coercive Behaviour Statutory Guidance Framework, 2023.4.5
- Home Office. Domestic Violence Disclosure Scheme (DVDS) Statutory Guidance, 2023.4 / Domestic Abuse Act 2021: Strangulation and Suffocation, Circular 2022/01
- Independent Office for Police Conduct. If you're at risk of domestic abuse, remember the Silent Solution
- Police Scotland. Disclosure Scheme for Domestic Abuse Scotland / legislation.gov.uk. Domestic Abuse (Scotland) Act 2018 Explanatory Notes
- Courts and Tribunals Judiciary (UK). Family Justice Council Guidance on Covert Recordings in Family Law proceedings concerning children
- irishstatutebook.ie. Domestic Violence Act 2018 제39조
- Parliament of NSW / NSW Government. Crimes Legislation Amendment (Coercive Control) Act 2022 및 Coercive control and the law
- Queensland Government / Queensland Courts. Coercive control laws 및 2025년 실무지침 공고
- legislation.tas.gov.au. Family Violence Act 2004 (Tas)
- Légifrance. Code pénal, article 222-33-2-1
- Parliament of Canada. Bill C-332 (44-1), An Act to amend the Criminal Code (coercive control of intimate partner)
- Connecticut General Assembly. Jennifer's Law, Report 2023-R-0107
-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Leaving Violence Program
-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제2조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4조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가정폭력 피해자 — 개념·법률지원·주거지원·의료지원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형법 제260조·제283조
-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긴급전화1366 2024년 상담 실적 보도자료, 2025.4.28 / 성평등가족부. 성평등가족부 출범
- 内閣府. 改正配偶者暴力防止法の施行について, 2024.3.14 / 内閣府 男女共同参画局. DV相談について
- The National Domestic Violence Hotline. Get Help (thehotline.org) / WomensLaw.org (NNEDV)
- NNEDV Safety Net Project (techsafety.org) / Coalition Against Stalkerware (stopstalkerware.org)
- Stark E. Coercive Control: How Men Entrap Women in Personal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 ANROWS. Defining and responding to coercive control, 2021
- Glass N 외. Non-fatal strangulation is an important risk factor for homicide of women. The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 2008;35(3):329-335
- Campbell JC 외. Risk Factors for Femicide in Abusive Relationships.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2003
- Monckton-Smith J. Intimate Partner Femicide: Using Foucauldian Analysis to Track an Eight Stage Progression to Homicide. Violence Against Women, 2020;26(11):1267-1285
- Butt E. Know economic abuse: 2020 Report, Refuge / Refuge. Unsocial Spaces, 2021 (내무부 가이던스 재인용)
- Women's Aid (England). Survivors' Handbook / womenshealth.gov. 안전계획 자료
- NCBI StatPearls.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Diagnostic and Clinical Challenges, 2014
함께 읽기
명절 스트레스, 나라마다 무서워하는 게 다르다: 의례의 나라와 애도의 나라
한국 자료에서 명절 부담의 축은 의례와 가사노동, 관계다. 미국 조사에서 명절 걱정 1위는 그리움과 애도(48%), 2위는 선물값(46%)이다. 같은 가족 모임을 두고 두 나라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왜 다른지, 한국과 미국의 자료로 비교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한국과 일본은 왜 다르게 셀까: 이름이 제도를 만든다
일본은 히키코모리를 15~64세 전 연령의 상태로 세고, 한국은 19~39세 청년의 고립과 은둔을 구분해 센다. 세는 방식이 달라지자 제도도 갈렸다. 상담 창구로 간 일본과 찾아가는 사례관리로 간 한국, 두 나라의 설계를 비교했다.
혼자 여행, 출발 전에 확인할 두 가지: 여행경보라는 정보와 등록이라는 연결
한국·미국·일본 모두 4단계 여행 위험 등급을 쓰지만 최고 단계의 성격이 다르다. 미국은 권고, 한국은 법적 금지다. 등록 제도도 미국은 자율, 일본은 3개월 이상 체류 시 의무다. 혼자 여행자를 위한 세 나라 안전 정보 체계 비교.